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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불법 촬영(CG) [연합뉴스TV 제공]
화장실 불법 촬영(CG) [연합뉴스TV 제공]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학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동료 강사들을 불법 촬영한 50대 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동행복권파워볼

인천 서부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인천시 서구 모 학원 원장 A(55)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구 모 학원 남녀 공용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 강사 2명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학원에 근무하던 강사들이 화장실 성인용 용변칸 문에 설치된 카메라를 발견해 제거한 뒤 직접 경찰서에 신고했다.

A씨는 ‘문을 닫아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에 렌즈 구멍만 뚫고 카메라를 뒤에 숨겨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이 카메라에서는 여성 강사 2명이 찍힌 불법 촬영물이 확인됐다.

A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남학생들이 화장실에 많이 들어오니까 그걸 확인하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카메라로 촬영된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설치했다”고 불법 촬영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 컴퓨터, 이동식 저장매체(USB)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5일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진술했지만 추가 범행이 있는지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chamse@yna.co.kr

경성대 교수협, ‘개방이사 선임’ 이사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 1심 승소
법원 “교수 배제한 개방이사 선임은 개방이사 도입 취지와 맞지 않아..중대한 하자”
“총장 3연임 결의는 사학법상 학교법인 권한 ..교수들의 무효소송 각하”


“우리 학교는 비리 대학이 아닙니다
총장만 비리 총장입니다.”

■ 지난해 경성대 한성학원 이사회에선 무슨 일이? 이사회 재구성 ①

경성대 교수협의회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대는 경성대 학교법인 한성학원으로 바로 지난해 5월과 6월에 열렸던 이사회 결의 내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먼저 5월에 열렸던 이사회를 재구성해보면 이사 8명 중 2명의 임기가 도래해 새롭게 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 2명 이사는 사립학교법에서 정한 개방이사입니다.파워볼사이트

[사립학교법 제 2장 14조]
①학교법인에는 임원으로서 7인 이상의 이사와 2인 이상의 감사를 두어야 한다. 다만, 유치원만을 설치ㆍ경영하는 학교법인에는 임원으로서 5인 이상의 이사와 1인 이상의 감사를 둘 수 있다. <개정 1964. 11. 10., 1990. 4. 7., 1997. 1. 13., 1999. 8. 31.>
②이사 중 1인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사장이 된다.
③학교법인은 제1항에 따른 이사 정수의 4분의 1(단, 소수점 이하는 올림한다)에 해당하는 이사(이하 “개방이사”라 한다)를 제4항에 따른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선임하여야 한다.

말 그대로 개방이사는 학교법인 이사 중 일부를 외부인사로 채워야 하는 규정으로,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개방이사를 선임하기 전에 개방이사 추천위원회라는 기구에서 2배수를 추천하면 이 가운데 한 명을 선임하게 되는 데 이날 이사회에선 그 절차만 남겨뒀던 겁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직전 개방이사였던 2명이 다시 추천받아 만장일치로 개방이사에 재선임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성대 교수협의회는 교수협의회가 개방이사 선임에 철저히 배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2012년 송수건 경성대 총장이 취임한 이듬해 경성대는 학칙상 기구였던 교수협의회를 학칙에서 삭제하고, 교수협의회를 교수회로 변경합니다. 학칙을 개정할 때 교수협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절차를 지키기는커녕 그 조항마저 삭제했습니다.

이후 2015년에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자격이 있는 대학평의원회 평의원 조건을 교수협의회 추천에서 학장 추천으로 개정했습니다. 교수들은 학교가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대학평의회를 구성하고 결과적으로 개방이사도 코드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학칙을 불법적으로 개정했고, 이에 따른 이사회 결과는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법을 준수해 절차를 진행했다”며 교수들의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죠.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가 지난 8일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놨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수협의회의 평의원 추천권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구성된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루어진 이 사건 개방이사 선임결의는 그 내용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학교법인은 민법상 재단법인의 일종으로서 사적 자치의 자유를 누리지만, 사립학교법 및 그 시행령과 그에 따른 학교 정관으로 개방이사의 선임에 관한 규정을 둠으로써 학교법인의 이사선임권한을 제약하고 있는 것은, 학교 운영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교원이 갖는 학교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이사회 내부에서 학칙을 마음대로 개정하고 또 이 학칙에 따라 입맛대로 이사회를 운영하는 등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지 않을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법원이 제동을 건 것입니다.


■ 무자격 개방이사가 포함된 이사회, 총장 3연임을 결정도 무효일까? 이사회 재구성 ②

사실 교수협의회가 이번 소송을 낸 이유는, 바로 총장의 3연임을 결정한 지난해 6월 열린 이사회 결의 때문입니다. 2019년 6월 한성학원 이사회에서는 2011년 처음 취임해 연임까지 한 송수건 총장의 재연임을 의결했습니다.동행복권파워볼

교수들은 개방이사 선임결의가 무효로 판결됐으니 무자격 이사들이 포함된 이사들이 포함돼 열린 이사회의 결의 내용도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학교 정관에는 학교의 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용하고, 다만 그 임기 중에 해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관 어디에도 교원이나 교수협의회가 총장 임용에 관여할 권한이나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또, 교수협의회가 개방이사 후보자 추천에는 관여할 수 있지만, 그 개방이사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임하는 결의와 관련해서는 법률상 이해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다시 말해 사립학교법에도 총장 임용은 학교법인 권한으로 교수협의회가 소송당사자로서 지위가 없다는 겁니다.

법률적 이해관계, 당사자 적격 등 판결문에 등장하는 전문용어가 생소하지만 쉽게 말해 민사 소송에서는 A와 B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관계없는 C가 소송을 제기해서 무효로 만들 수 없다, 즉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어서 법적 판단을 해보기 전에 각하로 결정됐습니다.

■ 총장님 4연임도 하실 계획이신가요?

경성대 교수협의회는 총장 연임 결의 무효 청구 소송이 각하됐지만, 이사회 구성이 불법적이라는 것은 확인됐다며 관리 감독 기관인 교육부에 한성학원 이사회 승인 취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립학교법 개정 필요성도 다시 한 번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총장이 마음만 먹으면 학칙과 정관을 변경해 자기 사람을 평의원을 앉히고 개방이사추천위원회도 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장악은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입니다. 현행법은 개방이사를 2배수 추천 후에 이사회에서 마지막에 선임하기만 하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또 현행 사학법에 초중고 학교장과는 달리 대학 총장은 중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데 총장이 종신 권력이 될 수 있는 한 권력집중과 이에 따른 인사 전횡, 부정행위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성대학교는 1950년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부산의 대표적인 사학입니다. 이후 설립자의 아들, 손자 등으로 4대째 이사장을 물려주고 있습니다. 현 총장은 이사장과 친인척입니다. 교수들이 세습과 비위행위 등을 폭로했다가 지난해 2명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학교로부터 해임됐습니다. 이후 교육부는 교원소청위원회에서 해임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학교 측은 교육부의 해임취소 통보에도 해임취소와 불법행위는 별개라며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사회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교육부 경고에도 끄떡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재판 결과는 과연 학교 태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교수들의 집회는 다음 주에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김계애 기자 ( stone917@kbs.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코로나 이별
병원 시시티브이 ‘비대면 임종’
‘선 화장, 후 장례’ 뒤바뀐 상례
유족 “수의·입관식 못 해드려 한”
환자복 입은 채로 ‘시신백’ 밀봉
8월15일 이후 사망자 3분의 1 집중
의료진 “가족들께 사진 보내드리고
병원에서 ‘보호복 차림 면회’ 도와
마지막 작별인사 ‘힘내’ ‘걱정 마'”

왼쪽 사진은 지난 6일 인천의료원 중환자실에서 한 간호사가 유리문 너머로 코로나19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격리병실을 살펴보는 모습. 오른쪽 문서는 코로나19 유족인 ㅎ씨 할아버지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음을 증명하는 사망진단서. 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디자인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왼쪽 사진은 지난 6일 인천의료원 중환자실에서 한 간호사가 유리문 너머로 코로나19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격리병실을 살펴보는 모습. 오른쪽 문서는 코로나19 유족인 ㅎ씨 할아버지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음을 증명하는 사망진단서. 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디자인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당연한 말이지만, 철저한 방역과 의료체계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고립되지 않은 채 ‘인간적인’ 죽음을 맞기 위해서도 방역·의료체계는 건재해야 한다. 코로나19는 가족 곁에서 맞는 임종, 염습, 입관식 등 일련의 장례문화 행위를 제거하고 있다. 인간은 바이러스의 침투로 균형이 깨진 ‘한 개체의 사피엔스’로서 홀로 죽어가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다.동행복권파워볼

‘직접 사인: 코로나바이러스 뉴모니아(pneumonia·폐렴), 발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17일.’

지난 9월17일 세상을 떠난 한 코로나19 환자의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내용 일부다. 그가 확진(9월1일) 판정을 받은 지 불과 보름여 만에 사망했다는 것, 이 급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 고인은 서울시 성북구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중 50대 요양보호사(8월30일 확진)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80대 환자였다. 이 요양원에서 생활한 기간은 겨우 한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었지만 거동이나 의사소통에 큰 문제 없이 지내다가, 올해 초 기력 저하로 쓰러져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호전된 적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 살아왔지만 지난 3월부터는 요양병원에서 홀로 지내기 시작했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역시 고령인 배우자가 집에서 돌보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요양병원에서 생활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8월, 건강이 호전되어 요양원으로 옮겨 간 것이 ‘느닷없는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요양원에서 병원으로 이송될 때 그 마음이 어떠셨을지, 돌아가실 때까지 병실에 혼자 누워 계실 때는 또 어땠을지….”

그의 손주 ㅎ(24)씨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ㅎ씨 가족은 병원(서울의료원) 보호자실에서 격리병실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으로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비대면 임종’이었다. 격리병실 외부에서 시시티브이를 실시간으로 보는 게 작별의 방법이 될 줄은 이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8월 중순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한 이후, ㅎ씨처럼 ‘코로나 이별’을 겪은 이들도 급증했다. 16일 기준, 전체 사망자(441명) 3명 중 1명꼴로 최근 두달 사이 숨졌다. 8월15일부터 이날까지 사망자는 모두 136명이다. 수도권 확진자 가운데 고령자 비중이 높아 70대 이상 연령에 사망자가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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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화장, 후 장례’도 ㅎ씨에게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는 상가나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며칠 모시며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장지로 발인하지만, 코로나19는 이 순서를 거꾸로 뒤집었다. 발인과 화장이 상례의 첫번째 순서가 된 것이다.

ㅎ씨 가족은 “애도할 시간을 잃어버린” 채 낯설고 당혹스러운 이별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그 끝에 “자책”이 응어리졌다. 날벼락 같은 죽음이 억울하지만 탓할 대상이 없었다. “피해자인 할아버지의 감염이 그 요양보호사 잘못일까요? 그런데 그분도 누군가로부터 감염된 피해자잖아요. 그럼, 위생 수칙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는지 감독할 의무가 있는 요양원 잘못일까요? 모르겠어요. 코로나19 앞에선 피해자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가해자가 불분명하니까,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됐는지 저희가 알 수 있는 게 없어요. 너무 답답해요.”

수의를 입혀드리지 못한 채 화장부터 해야 했던 것도 가족들은 한탄스럽다. 방역당국은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불안 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염을 생략하고 유족 동의를 얻어 화장을 진행한다. “(가족으로선)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민으로선) 이해가 되는” 기막힌 상황이었다. 향할 곳 없는 “원망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에서 만난 ㅎ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할아버지를 황망히 떠나보낸 유족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감염병으로 가족이 위독한 경우 나머지 가족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나오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했어요. 특히 아버지는 ‘네가 대신 인터뷰해 달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께서 직접 말씀하시긴 아직 심적으로 어렵지만, 저희처럼 우왕좌왕한 채 가족을 잃고 후회하는 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개인보호구 착용한 뒤 면회 가능했지만

9월 둘째주, ㅎ씨 아버지는 의료진에게서 임박한 임종을 알리는 연락을 받았다.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괜찮을 때, 만나뵈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총 입원 기간 17일 동안 의료진과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했다. “상황이 나빠지면 당연히 연락이 올 거잖아요. 그러니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마음이 컸죠. 그런데 또 궁금하니까 매일 연락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연락을 기다릴 수도, 안 기다릴 수도 없는 애타는 시간 속에서 “너무 일찍” 이별이 도착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임종 방법을 안내받았다.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개인보호구(N95 마스크, 전신보호복, 속장갑, 겉장갑, 보안경, 얼굴가림막, 덧신, 헤어캡 등)를 하고 병실에서 직접 환자를 면회하는 것. 둘째, 병실 외부에서 시시티브이 영상을 통해 환자를 지켜보는 것.(의료기관에 따라 시시티브이 참관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네 고모랑 삼촌들한테 연락해줘야 되는데….” 두 선택지 앞에서 ㅎ씨 아버지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대로 얼다시피 한 아버지를 대신해 ㅎ씨가 고모, 삼촌한테 전화를 걸어 어떤 방법이 좋을지 물었다. “정말? 그것밖에 없대?” “…….”

아버지도, 고모도, 삼촌도 말문이 막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없었다. 결정을 해야 했다. ㅎ씨 가족은 결국 시시티브이로 임종을 지키기로 했다. “저희 가족 중에 기저질환자가 많아요. 아버지도 주기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으세요. 또 초등학생인 어린 자녀가 있는 삼촌도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는 게 걱정이셨죠.” 환자 가족이 보호구를 하고 임종에 참관할 경우, 의료진 입회 아래 17가지 순서에 따라 엄격한 착·탈의 교육을 받는다. 그렇다 해도 보호구에 익숙하지 않은 비의료인으로선 복잡한 착·탈의 단계를 무리 없이 수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차마 30분도 보기 어려웠던 ‘화면 속 임종’

며칠 뒤 ㅎ씨 가족들이 병원에 모였다. 6개월 만에 처음 할아버지를 보게 됐다. 지난 3월 요양병원에 입소한 할아버지와는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3월부터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ㅎ씨 가족만 모인 보호자실 화면에 격리병실 시시티브이 영상이 들어왔다. 영상은, 병실 천장에 매달린 시시티브이 위치상 조망하듯 볼 수밖에 없었다. 화면은 눈앞에 있어도 화면 속 할아버지는 멀었다.

30분이나 지났을까. 가족들은 시시티브이를 그만 보기로 했다. 차마 더 볼 수가 없었다. “텅 빈 병실에 혼자 누워 계신 분을 보고만 있는 것도 고통”이었다. “의식도 없으신데 시시티브이로 봐서 뭐해, 무슨 의미가 있어….” 삼촌의 이 말은 임종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말이기도 했다. 임종이 ‘숨이 끊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의식’이라면, ㅎ씨 가족에게 ‘시시티브이 임종’은 이별을 준비하기엔 너무도 간접적이고 낯선 방법이었다. 환자와 가족이 서로에게서 고립되어 영상을 띄운 채 맞이하는 죽음. 이 생경한 모습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임종 직전에는 의료진이 할아버지 휴대전화로 할아버지 얼굴을 찍은 10초 내외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환자와 가족의 거리를 줄여보려는 의료진의 안간힘이었다. 이번엔 시시티브이로는 잘 안 보이던 산소호흡기가 보일 만큼 모습이 가까웠다.

수의도 못 입혀드렸는데…

할아버지를 시시티브이로 만나뵌 날로부터 약 일주일 뒤(9월17일), 의료진에게서 사망 연락을 받았다. 각자 집에서 대기하다가 병원으로 달려온 ㅎ씨 가족은 이전에 겪었던 마지막 작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꼈다. 우선,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이다. “보통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시면 원망 섞인 마음이 들 수도 있잖아요.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시지…’ 이런 마음. 그런데 이번엔 감사한 마음뿐이었어요. 의료진도 사람인데 왜 두려움이 없겠어요. 그럼에도 내 가족 치료해줘서, 끝까지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말씀드렸어요.”

다음은, 장례 과정의 긴긴 당혹감이다. 방역당국은 유족 동의하에 코로나19 사망자를 화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ㅎ씨 가족도 ‘화장 원칙’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료시설→화장시설→장례식장으로 이어지는 ‘선 화장, 후 장례’의 세부 내용은 알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영구차에 유족이 함께 탈 수 없더라고요. 저희는 당연히 관습대로 영구차에 탄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유족은 개인 차량을 이용해 화장시설로 가야 했어요. 그때 지방에서 출발한 가족들은 빨리 오려고 기차를 탔거든요. 그런 줄 알았다면 자가용을 가져왔겠죠. 보건소나 지자체에서 안 그래도 정신없는 유족들에게 그런 정보를 미리 알리지 않은 게 아쉬워요.” ㅎ씨 가족들은 고인을 화장시설로 먼저 떠나보낸 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화장시설로 향했다.

무엇보다 염, 입관식을 생략하고 바로 화장시설로 고인을 모신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당황의 연속이었다. “보통은 수의 입혀드리고(염) 관에 편안히 모신 걸(입관식) 확인해야 아, 이제 정말 이별이구나, 실감이 나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그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돌아가신 게 실감이 잘 안 나는 거죠. 유골함 받고도 ‘이게 정말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인가’ 싶고….”

유족 ㅎ씨 제공.
유족 ㅎ씨 제공.

코로나19 사망자는 숨을 거둔 병상에서 150㎛ 두께 누출방지 의료용 비닐팩에 입고 있던 환자복 그대로 ‘밀봉’된다. 사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인이 입었던 환자복 등에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비닐팩은 다시 ‘시신백’으로 한 번 더 감싼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이중 밀봉’된 상태로 비로소 병실 바깥에 나오게 된다.

대기 중인 장례지도사 등 담당 인력이 고인을 안치실까지 모셔와 입관을 하면, 화장시설로 이동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이때, 장례지도사도 의료진과 똑같이 개인보호구를 하고 일한다.

유족들은 입관식도 할 수 없고, 입관 뒤 덮개가 씌워진 관을 멀찍이 지켜보지만, 가까이 갈 수는 없다. 거리두기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사이에도 유지된다. 고인을 중심으로 다시 사람과 사람 간 거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례지도사들이 관을 모시고 안치실에서 나오는데, 할머니가 관 쪽으로 스르르 가시는 거예요. 관이라도 한번 만져보려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말리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죠.”

박탈된 애도의 시간

시신은 사망한 당일 화장되었다. 현행법상 화장은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할 수 있지만, 감염병으로 사망한 경우 예외적으로 24시간 이내 화장을 할 수 있다. 화장시설에서 유골이 되어 가족 품에 안기면, 그때부터 고인은 비로소 ‘평범’해진다. 장례식장, 장지 선택에 제한이 없다.

“평범한 장례식과는 다르게, 영정사진 옆에 유골함이 놓여 있었어요. 영안실에 계시는 것보다 가까이 저희 곁에 계셨을 거라고 믿어요. 그렇게 위안을 삼아요.”

소지품도 평범한 유품이 되려면 소독을 거쳐야 했다. “돌아가신 날 바로 병원에서 받았어요. 파란색 의료용 봉투에 휴대전화, 지갑, 양말 몇개 들어 있었어요. 별게 없더라고요.”

할아버지는 생전에 봉안을 원하지 않았다. 화장한 뒤 ‘산골’(지정된 장소에 골분을 뿌리는 일)해달라고 하셨지만, 남은 가족 마음이 그렇게 되질 않았다. “수의도 못 입혀드리고 보내는데 (유골함도 없이) 어떻게 뿌리기까지 하겠어, 아버지가 그러세요. 버티실 수 없었나 봐요. 그렇게 멀리 보내드리기엔….” 결국 ㅎ씨 가족은 할아버지를 한 봉안시설에서 자연장(골분을 수목·잔디 밑이나 주변에 장사)으로 모셨다.

할아버지를 흙에 모신 그날 이후로도 애도의 시간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가족들 모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어요. 장례지원 절차 알아보려고 구청 갔다가, 주민센터 갔다가, 요양원 직원이랑 통화했다가, 요양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변호사랑 통화했다가, 여전히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요.”

코로나19 사망자의 가족은 국가로부터 장례비용(1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ㅎ씨 가족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먼저 찾아보고서야 사망자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를 통해 장례비용을 신청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주민센터에 갔더니 그제야 지원 항목을 찾아보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망 전까지는 의료기관이 전면에 있지만, 사망 이후 절차는 지자체가 진행하잖아요. 의료기관에 비해 지자체는 사망자가 나올 경우 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지자체에서 코로나19 사망 시 어떤 지원과 절차가 있는지 따로 매뉴얼을 만들어서 제공하면, 가뜩이나 특수한 상황에 지친 데다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코로나19 유족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속수무책 ‘워킹 뉴모니아’…종잡을 수 없는 코로나

ㅎ씨 할아버지가 서울의료원에서 숨을 거두기 나흘 전인 9월13일, 인천의료원도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높았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9월17일에는 2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불과 나흘 만에 사망자 3명이 나온 것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70대 고령 환자였으며, 확진 시기가 8월 말로 비슷했다.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지역 공공병원으로서 ‘방역 관문’ 역할뿐만 아니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고안하는 등 방역에 선도적 구실을 해온 인천의료원은 국내 첫 확진자(1월20일)를 포함해 모두 649명(10월13일 기준)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왔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시기는 이때가 유일했다.

지난 6일 오후 인천의료원 국가지정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격리병실에 식사와 가족들이 보낸 물품을 들여보내고 있다. 인천/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지난 6일 오후 인천의료원 국가지정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격리병실에 식사와 가족들이 보낸 물품을 들여보내고 있다. 인천/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지난 6일 코로나19 환자를 돌봐온 인천의료원 간호사 ㅁ씨와 의사 ㅇ씨를 만났다. 그들은 “의료진보다 환자와 유족에게 관심을 더 가져달라”며 직책과 실명 공개를 원치 않았다. ㅁ씨는 30년 경력의 간호사이며, ㅇ씨는 24년 경력의 의사다. 많은 죽음을 지켜본 베테랑 의료진에게도 ‘코로나 임종’은 잊기 어려운 장면이다.

“시시티브이 대신 격리병실 유리문 밖에서 직접 환자를 보신 보호자가 기억나요. 개인보호구 착용하시고요. 병실 안으로 말이 전달되지 않으니까, 유리문에다가 수성 매직으로 마지막 인사를 쓰셨어요. ‘힘내세요’ ‘사랑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스케치북이나 종이에 써서 유리문에 갖다대기도 하시고요. 손으로 하트를 만들거나, 눈짓 손짓 발짓 할 수 있는 건 다 하셨어요.”(간호사 ㅁ씨)

임종 전 면회도 비대면이다. 코로나19 환자와 가족은 병실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데다, 여느 중환자실처럼 면회 시간이 길지도 않다. 이 얼떨떨한 면회를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오래 못 봐서 반갑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 막 서두르실 거 같죠? 아니더라고요. 보호구 착용법을 세심하게 알려드리면, 굉장히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입으세요. 정말 잘 협조해주셨어요.”(간호사 ㅁ씨) 서울의료원과 마찬가지로 인천의료원 의료진도 환자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전해주곤 한다. “살아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보길 원하시거나, 가족이 격리 중이어서 병원에 오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심리적인 면을 도와드리는 거지요.”(간호사 ㅁ씨)

의사 ㅇ씨는 코로나19 환자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워킹 뉴모니아(폐렴), 해피 하이폭시아(저산소증)’를 꼽았다. “산소포화도가 낮은데도 불편함을 잘 못 느끼거나(‘해피 하이폭시아’) 엑스레이 찍으면 폐가 염증으로 하얀데도 밥도 잘 드시고 잘 움직이시고(‘워킹 뉴모니아’) 그러다가 훅 나빠지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병원 케이스를 보면, 격리병실에서 푸시업도 하고 운동도 할 만큼 활동적인 환자도 계세요. 그러다 갑자기 상태가 중해져서 돌아가신 거예요. 의사로서 환자를 떠나보내는 경험이 아주 낯설지는 않아요.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와 임종 과정은 훨씬 예측이 어렵고 속수무책이랄까요.”

방역의 목적은 한 사람이라도 더 생명을 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라도 더 ‘인간적인’ 죽음을 맞도록 하기 위함은 아닐까. 16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명률은 1.76%다. 그러나 “가족은 언제나 100%다. 숫자로 쪼개고 나눌 수 없다.”(김탁환 <살아야겠다>) 작은 숫자에 가려진 “애도를 허락하지 않는”(유족 ㅎ씨) “속수무책”(의사 ㅇ씨)의 죽음들이, 우리가 잊고 있던 방역의 또 다른 목적을 묻고 있다.

「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다른 유족께 가닿길 바라는 위로의 마음과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한 간절함으로 인터뷰를 해주신 ㅎ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환자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나누어주신 인천의료원 의료진과 도움말을 주신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김준혁(의료윤리학자·치과의사), 박중철(교수·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양수진(장례지도사), 이철영(교수·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추혜인(의사·살림의원)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경향신문]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매해 찾아왔다. 번갈아가며 터진 조류독감, 메르스, 미세먼지, 구제역은 매출 급락의 그럴 만한 사유였다.

김일도 일도씨패밀리 대표(37)는 자신의 저서 <사장의 마음>(2019)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정신승리하거나 핑계를 대는 게 싫었다”(254쪽)고 했다. 그는 일도씨곱창, 일도씨닭갈비 등 20개 매장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대표다. 일도씨패밀리가 고용한 직원만 120명이다. 김 대표는 “할 수 있는 뭐든 하면서 우리는 상황을 극복해왔다”(256쪽)라고도 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 우철훈 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 우철훈 기자


코로나19 국면은 달랐다.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상황이 안 좋을 땐 최대 90%까지 매출이 급감했다. 예전에는 불황이 닥쳐도 대출로 직원들 인건비를 줄 수 있었지만 이번엔 대출만으론 감당이 안 됐다. 끌어쓸 수 있는 돈은 죄다 끌어썼다. 김 대표 본인과 가족이 든 보험도 전부 해지했다. 김 대표는 “올 초 신천지발로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받은 타격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석선물로 내용증명을 받았다. 그것도 김앤장으로부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대표는 건물주를 대리하는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A사가 시설 하자를 명분 삼아 임대료 인상을 시도한다고 했다. 김 대표가 공개한 임대료 최초 인상폭은 한달 1400만원 수준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인상폭은 500만원정도로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액수였다. 이 글은 지난 10월 15일 기준으로 ‘좋아요’가 3800개 넘게 눌렸다. 댓글은 604개가 달렸고, 페이스북에서 969회 공유됐다.

김 대표를 지난 10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마음고생을 한 탓인지 새치가 군데군데 보였다. 눈가의 잔주름도 유독 짙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과 같은 건물에 있는 외식업체 B사 대표 C씨와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14일 오전 이뤄졌다. B사는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A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 통보를 했다고 주장한다. C씨는 “계약 갱신요구를 듣지 않고 사전 조율 없이 임차인 퇴거를 기정사실화하고 통보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시설 미비가 임대료 인상 사유?”

-건물주 측이 전한 이야기와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김일도 대표(이하 김) 
“건물주를 대리하는 A사 측이 임대료 인상을 하겠다며 내세운 명분은 ‘당신들의 과실’이다. 예를 들어 ‘배기시설이 안 돼 있어 냄새가 난다’, ‘소방시설이 미흡하다’ 이런 것들이다. 우리가 시설을 사용하면서 손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A사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뒤 6000만원을 들여 모두 보완했다. 지금은 흠잡을 것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500만원 임대료를 인상하겠다고 들고 왔다. 시설을 고쳐놨는데도 임대료 인상 사유가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코로나19와는 별개라는 답변을 받았다.”

B사 대표 C씨(이하 C)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지난 7월 1일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5년 계약 기간이 끝나니 나가라는 취지였다. 대개 계약 종료 전, 임대 기간 연장을 논의하기 마련인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 계속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 한달 뒤에야 MD(매장) 개편을 이유로 들었다.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냐’고 묻더라.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9월 2일이 되어서야 A사는 ‘누수 문제’를 언급했다. 그전까지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 5년 전에 우리 자리에 있던 귀금속 매장은 장사가 안 돼서 계약 기간을 못 채우고 나갔다. 우리는 식당을 할 수 있게 모든 설비를 새로 설치했다. 중간에 매장에서 물이 두 차례 샜을 때도 건물 시공 과정의 과실 따지지 않고, 저희가 다 수리했다. 올 초에는 수리하면서 냉방장치도 전부 새로 했다. 다 합쳐 2000만원 가까이 들었다. 누수 공사를 다 마쳤는데도, 전에 건물에서 일어난 정전 사태를 우리한테 떠넘겼다. 우리 때문에 건물에 정전이 난 것도 아니었다. A사는 부당하게는 나갈 수 없다는 우리 입장에 ‘먼저 누수 문제 때문에 매장 이동을 제안했다’는 거짓말만 반복한다. 저희도 법정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김일도 대표가 운영하는 ‘일도씨닭갈비’ 앞에 세워진 안내판(왼쪽), 김일도 일도씨패밀리 대표 / 김원진 기자·김기남 기자
김일도 대표가 운영하는 ‘일도씨닭갈비’ 앞에 세워진 안내판(왼쪽), 김일도 일도씨패밀리 대표 / 김원진 기자·김기남 기자


-최초 입주 때나 그동안 건물주 측과 갈등은 없었나.

김 
“처음에는 어서 들어와달라는 쪽에 가까웠다. 2018년 9월 처음 입주했을 때 430㎡ 크기에 월세가 1300만원, 한달 관리비가 1100만원이었다. 주변과 비교하면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표현도 들었다. 저희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 당시 건물에 공실이 제법 생기고 있던 상황이었다. 건물주 측에서는 저희 가게가 들어가 건물 내 상권을 되살렸으면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여왔다. 공문으로 이것저것 장소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으로 기록을 남기더라. 사정이 어찌 됐든 임대료는 약속이니까 코로나19로 어렵다고 해도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 계약된 부분이기 때문에 깎아달라, 사정 봐달라 조를 생각도 없었다.”

“우리도 처음엔 A사에서 임대인의 성향을 얘기했다. 외국 공기업이고 굉장히 일처리가 깔끔하다고. 크게 문제만 안 일으키면, 계약서상 문제될 잡음만 없으면 단기간에 임대 종료가 되진 않을 거라고 했다. 저희 입장에선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계약 기간이 지날수록 불합리한 조건들이 추가됐지만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이행했다. 지금까지 임대료 한 번 밀리지 않았고, 계약 2년 뒤부터 발생한 매해 임대료·보증금·관리비 3% 인상도 빠짐없이 지켰다. 저희는 주 5일 매장으로 영업하려고 했지만, A사 측에서 프로모션이라는 이유로 주말이나 연말 등 특정 기간 가게 문을 열라고 하면 열었다. 건물에는 외국인들이 많아 우리가 파는 도시락, 샐러드 수요도 많았고, 매출도 건실했다.”

김 대표의 식당과 B사가 입주한 건물의 소유주는 싱가포르 투자청(GIC)이다. GIC는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A사에 건물 위탁 관리를 맡겼다. A사는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 중 손에 꼽히는 곳이다. 지난해 매출은 650억원이 넘는다.

“예전에도 그랬다”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이 보통 임차인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인가.

“사실 오히려 일처리가 한국 회사보다 깔끔하다. 우리는 싱가포르 투자청 소유의 또 다른 빌딩에도 입주해 있다. 그곳은 다른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위탁받아 운영한다. 계약 기간 5년이 지나고도 하자가 없었기에 탈 없이 계약갱신을 했다. 그들은 임대료를 올리면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죄송하다’고 하더라. A사가 유독 ‘쥐어짜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몇 년 전 잠실에서는 A사가 운영하는 장소에서 계약 기간을 못 지키고 나올 상황이 됐다. 영업이 안 돼 나가는 상황인데 주문사항이 많았다. 원상복구 비용은 물론이고 처음에는 계약 기간 임대료까지 다 내라고 했다. 그러다 소송 직전까지 가니까 영업종료 후 3개월치 임대료로 합의가 됐다. 새로운 임차인하고 발생한 중개수수료도 물론 지급했다. 임차인은 들어갈 때나 나갈 때나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 “외국계 컨설팅 부동산 업체를 콕 집어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 건물 갖고 계신 분들을 싸잡아 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제가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오히려 임대료를 한동안 안 받거나 깎아준 고마운 분들이 더러 계셨다는 걸 안다. 10년째 장사를 하면서 임대료가 올라가는 시점에선 고생을 했다. 다만 그때에도 대부분 합리적인 인상폭을 제안받았다. 대폭 인상이 있다면 향후 몇 년간 올리지 않겠다고 구두 약속을 받았고, 지켜졌다. 이번에는 인상폭이 너무 컸다. 한계 상황에서 가장 부담되는 건 임대료인데 버틸 수 없었다.”

지난 3월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코로나 경기침체로 인한 상가임대차 상생 호소 및 정부ㆍ지자체의 임대료 조정 지원행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임대인들과 임차인들의 상생을 호소하는 큰절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지난 3월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코로나 경기침체로 인한 상가임대차 상생 호소 및 정부ㆍ지자체의 임대료 조정 지원행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임대인들과 임차인들의 상생을 호소하는 큰절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컨설팅 업체에서는 임차인을 압박해도 임차인들이 버틸 수 있을 만큼 자본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김 
“요즘 상황에서는 모두가 힘들다. 외식업 규모를 떠나 어려운 건 다 마찬가지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고정비용 지출도 많아진다. 제가 운영하는 가게의 인건비를 합치면 매달 억 단위로 나간다. 아직 한 번도 임금을 밀리지 않고 지급했다. 매출이 절반 정도로 줄어도 버텨내야 한다.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고정비용이다. 제 주변에도 가게 몇개씩 운영하시는 분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넘어진 분들이 꽤 있다. 100명 넘게 고용하는 중소기업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임대료가 비싸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100만원에서 6만원은 못 올리게 하는 법은 있지만, 1000만원에서 500만원 올리는 걸 막는 법은 없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법령상 서울 지역은 환산보증금이 9억원이다. 보증금과 월세에 100을 곱한 액수가 환산보증금 9억원을 넘으면 임대료 상승률 제한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외국에는 보증금 규모로 임차인의 보호 범위를 정하는 사례가 없다. 서울 명동, 이태원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이곳의 임대차인들은 대부분 법의 보호를 못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법의 허점은 여전히
정부는 지난 9월 24일 상가임대차법을 개정했다. 코로나19에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였다. 법 시행 이후 6개월 동안 발생한 연체 임대료가 계약해지나 계약갱신 거절의 사유가 되지 않게 됐다. 임대인과 임대료 감액을 논의해볼 수 있는 임대료감액청구권도 임차인에게 주어졌다. 다만 임대료감액청구권도 환산보증금 9억원 이상 임차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 강남지역만 해도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를 받는 데가 아마 거의 없을 거다. 빚을 내 무리해서 들어왔든 자본금에 여유가 있어서 들어왔든 임차인은 임차인이다. 임대료가 월 1000만원인데 10%만 올라도 월 100만원이 오른다면? 호황이면 버틸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선 덩치 큰 외식 업체에도 적은 액수가 아니다.”

김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이 조금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 임대료가 다소 연체되더라도 버틸 수 있게 해줬어야 했는데 버티지 못해 무너진 분들이 많다. 일부 임대인들은 오히려 임대료 연체를 기회 삼아 임차인을 바꾸기도 한다. 주변에 대형 리조트에서 식당을 하던 분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임대료를 못 냈다. 그랬더니 바로 쫓겨났다. 물론 임대인들도 대출받아서 사업하는 경우도 많아서, 임대료가 안 들어오면 대출금을 갚을 방법이 없기도 하다. 그런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임대료를 내왔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의 허점이 많은 것 같은데.

“우리는 A사 측이 퇴거를 요구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만료 1~6개월 사이에 갱신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 계약갱신 요구권이 보장되는 기간이 10년이다.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서 2018년 10월에 계약갱신 요구권 보장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것이었다. 2018년 5월 이전 계약은 5년만 보장받는다고 한다. 법이 애매하게 임차인의 임대 기간을 보호한다. 우리는 2015년에 계약하고 2년 뒤부터는 매해 임대료·관리비·보증금을 3%씩 올리는 갱신 계약서를 써왔다. 최소 10년의 계약 기간은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정부가 올 초 이른바 ‘착한 건물주’에게 세제 지원을 하는 법안을 내놨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깎아주면 인하액의 50%를 소득세·법인세 세액공제로 돌려준다. 주변을 보니 종합소득세 부담이 없는 임대인들은 착한 건물주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착한 건물주를 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나도 좋았다. 하지만 조금 더 임차인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고 본다. 각종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납부 유예 등을 빠르게 실시하는 게 임차인들에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다.”

임대인 측 “필요한 조치를 했을 뿐”
A사 측은 김 대표가 배기시설만이 아니라 소방시설 개선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아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사 측은 “김 대표 측이 입주할 때부터 임대료가 다른 매장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임대료가 인상되더라도 타 매장의 2분의 1에 불과하다”며 “시설 개선을 마쳤는데도 임대료 인상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시설 개선을 계속하지 않아서 임대료 인상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A사 측은 B사와 겪는 임대차 계약 기간 분쟁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A사 측은 “B사와 김 대표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평균 임대 기간이 다른 건물보다 길다. 5년 이상 입주한 가게만 22곳이다. 저희는 임차인을 내쫓는 방향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의원들이 질의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세종= 뉴스1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의원들이 질의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세종= 뉴스1

지난 7일 시작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애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제약이 따르면서 이전 국감만큼 주목을 끌만한 이슈들이 제기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보통 야당의 무대라고 하는 국감이 174석 거대여당의 등장으로 ‘방탄국감’이 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주요 증인과 참고인 채택에 있어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국민의힘이 별다른 힘을 못쓰면서 이런 상황을 더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맹탕국감’이라는 평가 속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과 한국전력의 배전노동자 산업재해 문제 등을 이슈화 시키면서 나름 주목 받고 있다. 국감 초반 분위기가 어땠는지 돌아보고, 남은 종반전에서는 어떤 이슈들이 부상할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보통 국감은 야당의 무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174석 거대 여당이 등장한 21대 국회에서는 국감 풍경도 좀 달라지고 있는 듯 한데요.

소통관 펀쿨섹좌(펀쿨섹좌)= 국민의힘이 103석의 수적 열세도 열세지만, 상임위원장을 모두 여당에 넘겨준 폐해를 이번 국감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통상 국감 증인과 참고인 채택은 여야 합의로 이뤄지지만, 결정은 상임위원장이 도장을 찍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상임위원장이 모두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다보니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국감 증인을 단 한 명도 채택하지 못하는 사실상의 ‘방탄 국감’ 이 가능해진 셈이죠.

연두 담쟁이(담쟁이)= 실제로 국방위와 법사위, 외통위 등 뜨거운 현안이 걸린 상임위를 포함해 거의 모든 곳에서 국민의힘이 요구한 증인 채택이 무더기로 불발됐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감의 정쟁화’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청와대의 일감 몰아주기 계약 의혹 등 ‘국회의 정부 감시’ 영역의 본류에 해당하는 증인요구까지 모두 불발시키면서, 그 잣대가 너무 자의적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회가 정부를 감시하라고 헌법에 보장한 국감에서 자신들만의 논리로 야당의 손발을 꽁꽁 묶는 여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돌아봐= 코로나19 때문에 물리적 제약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요.

담쟁이= 이번 국정감사는 국회가 한 회의장 내 참석인원을 50인으로 제한하면서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질의 순서가 뒤편인 의원들은 국감 회의장이 아닌 외부에서 대기하기도 했으니까요. 국회가 본청 출입 자체를 ‘필수 인원’으로 당부하면서 복도 역시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코로나19로 방역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기관 증인 중 감사장 입장이 어려운 경우는 화상으로 출석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런 제약들이 아무래도 국감 분위기를 띄우는데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펀쿨섹좌=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상회의 시스템이 적극 활용된 것도 이전 국감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모든 기관증인이 국회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 세종청사에 출석해 영상으로 연결하는 식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보건복지위의 둘째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감이 이런 식으로 진행됐는데요. 다만 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영상회의로 진행이 되면서 피김기관을 향한 전투력을 부각시키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되긴 했습니다.

주호영(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을 방문해 윤관석(왼쪽) 정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을 방문해 윤관석(왼쪽) 정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돌아봐=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야당의 화력이 예전에 미치지 못해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펀쿨섹좌= 국감에서 국민들은 야당 의원에 국민들 대신 ‘시원한 사이다’ 질의를 기대할 것입니다. 그런데 핵심 증인들이 다 빠지고, 피감기관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제대로 답을 하지 않고, 심지어는 자료 제출도 부실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계속 비슷한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습니다. 이를 반전시킬 만한 굵직한 이슈를 발굴해야 하는데 야당 입장에서는 이게 쉽지 않은 상황 같습니다. 그나마 현 정권을 겨냥한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복수의 상임위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는 분위기입니다.

광화문 찍고 여의도= 의원과 보좌진의 ‘변명’도 없지 않습니다. 유독 초선 비율이 높은 21대 국회 첫 국감인 데다, 코로나19로 두 차례 국회가 셧다운되고 국감 직전에 추석연휴가 끼는 등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있었다는 얘기죠.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펭수, ‘진짜사나이’ 이근 대위 등을 증인으로 부르려 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근 대위의 경우 성추문에 휘말리며 되레 머쓱한 상황이 됐죠. 제대로 화력을 뿜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증인 채택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라고만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감사의 본질보다 눈길끌기에 더 방점을 찍으려고 했던 것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배선 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질의 중이다. 오대근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배선 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질의 중이다. 오대근 기자

돌아봐=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보다는 6석에 불과한 정의당 출신 류호정 의원이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담쟁이= 류 의원은 새로운 ‘삼성 저격수’로 등극했습니다. 그간 국회에서 삼성을 집중 견제의 대상으로 지목한 의원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인 류 의원은 7일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를 사칭해 국회를 출입한 일을 폭로했고, 8일 국감에선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한 임원에겐 “말장난 마시고요!”라는 사자후를 내뿜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액정에 기포 없이 필름을 붙일 수 있는 중소기업 A사의 기술을 다른 협력 업체에 빼돌렸다는 의혹이었죠. 류 의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고무된 정의당 안팎의 공력도 류 의원의 행정부 견제를 지원사격하는데 집중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의정활동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국회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같은 당 장혜영 의원과 멋진 신호탄을 터뜨린 류 의원 등 정의당의 활약에 기대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영등포 청정수(청정수)= 복장을 활용한 국감 퍼포먼스도 돋보였습니다. 류 의원은 15일 한국전력 국정감사에서 배전 노동자의 작업복을 입고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배전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취지였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강조하는 정의당 소속 의원다운 질문이었지만, 자칫 평범하게 끝날 수 있는 질의에서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낸 건 류 의원의 역량이었다고 보입니다.

돌아봐= 이제 종반전에 돌입할 국감에서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에 대한 국감이 주목되는데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합니까.

청정수=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의 진행 방향에 따라 29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분위기도 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여당은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로 드러나고 있는 의혹들이 ‘정권 게이트’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힘도 결정적인 ‘한방’을 꺼내지 못한다면, 청와대 국감 역시 ‘맹탕’으로 끝날 수 있겠습니다.

야반도주= 국민의힘은 아무래도 국민들의 시선을 더 끌 수 있는 청와대나 각종 정보기관 국감에 막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맹탕국감이라는 지적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라 막바지라도 이를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슈로 대응을 못한다면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이 국감을 ‘야당의 무대’ 장식한 채 마무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감에서의 성패가 향후 정기국회 기간 내에 풀어야 할 공정경제 3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의 초반 기싸움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모믈리 없는 국민의힘도 그냥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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